가몽

2013/11/05

영어가 주는 기쁨

아름다운 꿈, 2006 년 5 월 8 일

영어를 배우거나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은 많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영어를 배우는 이유가 명확한 사람들은 의외로 많지 않다. 막연한 기대… 그것만으로 그렇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이 현명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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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영어를 좀 할 줄 안다는 것을 정말 다행스럽게 생각한 것은 아주 우연한 사건 때문이었다.

어느 날, 나는 업무에 필요한 자료를 찾기 위해 인터넷 검색 창에 검색어를 입력했다. 찾아진 자료를 훑다가, 매우 낯선 단어를 발견했다. 자료를 다운 받고 보니, 그것은 심리학 관련 서적이었다(나는 대학에서 심리학 과목을 공부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엔지니어이다). 그것은 인터넷에 나돌아 다니는 것으로, 한국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것이었다. 물론 돈을 주고 살 수도 없다. 하지만 그 책에는 내가 그토록 찾아 해매던 내용들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었다. 놀랍지 않은가? 심리학 책에서 엔지니어인 나를 흥분시키는 내용을 읽을 수 있다니… 게다가 그 책의 관점은 너무나 독창적이었다. 매우 평범한 원리를 전혀 생각해본 적 없는 방식으로 응용하면서 문제에 접근해나가는 방식… 충격과 전율이었다.

이것을 계기로 나는 본격적으로 영어 자료를 사냥하기 시작했다. 내 직업 분야 뿐만 아니라 내 흥미 분야까지도… 인터넷과 함께 영어는 강력한 스폰서가 되어 주었다. 충치와 같이 나를 괴롭히는 문제들을 통쾌하게 풀어주는 몇 줄의 정보들을 찾아 냈을 때의 기쁨! 이것은 영어를 배우기 위해 투자한 고통스런 노력과 시간을 충분히 보상할 수 있다고 느꼈다.

이런 시간들이 쌓이면서, 나는 매스컴이 쏟아내는 한국적 교양에 미묘한 혐오감을 갖게 되었다. 특히 TV에서 방영되는 9시 뉴스를 비롯하여, 교양 프로그램을 보면, 종종 방송 제작자들이 시청자를 원숭이 수준으로 생각하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곤한다. 내가 불쾌하게 생각하는 것은 오락이나 쇼 프로그램이 아니다. 소위 수준 높은 교양에 속한다고 그들이 주장하는 다큐멘타리나 심층 분석 보도 등등을 의미한다.

신문의 사설을 포함해서 TV에서 방영되는 무게 있는 교양 프로그램 혹은 과학의 탈을 쓴 프로그램들을 보면 그 엉성함과 관점의 편협함이 점점 나를 짜증나게 한다. 물론 전에는 이런 느낌을 가져본 적이 거의 없었다. 내 주요 텍스트가 영어가 되고, 자연스럽게 여러 나라의 관점(비록 영어적 관점이겠지만)을 접하게 되면서부터 이런 느낌이 눈덩이 불어나듯 커져 버린 것 같다.

인간에게 있어서 문화적 환경은 물고기의 물과 같다. 더럽게 오염된 물에서 태어나서 사는 물고기는 아픈 곳이 많아도 오염된 물이 문제였다는 생각을 별로 못할 것이다. 왜냐면 그 오염에 익숙해져 있을테니까. 그리고 죽는 순간까지도 물이 문제였다는 생각은 못할 것이다.

한국민의 교육열이 세계에서 가장 높을 것이라는 주장에 나는 찬성한다. 하지만 그런 교육열에 비해 한국에는 전문가가적다는 점 또한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전문가가 되는 경로가 거의 막혀 있다고 생각한다.한국인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특별히 뛰어나다거나 독창적이다-라는 생각에 나는 별로 동의하고 싶지 않다. 동시에 한국인이 덜 떨어졌다는 주장에도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 나라는 전문가가 적을까?

그것은 아마도 소비 시장을 지배하는 큰 손들이 만들어낸 오염 때문에 섬세한 문화 창조자들이 모두 고사하거나 중독되어 죽게 된 때문이 아닌가 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결국 수준 높은 문화 리더들이 없는 곳에서, 이류나 삼류들이 편협한 관점으로 대량 생산하는 불량품들이 다시 대중 문화를 오염시키고, 이것은 다시 진정 필요한 문화 창조자들을 중독시켜 죽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 필자의 근거없는 진단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태평하고 즐겁게 오늘을 살 수 있다. 이류나 삼류들이 만들어낸 것들에 눈길을 줄 정도로 나는 한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터넷과 영어로 세계를 서핑하면, 아름답고 훌륭하고 통쾌한 것들을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종종 정말 훌륭한 한국인의 생각을 만나게 되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명함에 빽빽히 직위를 새겨서 갖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교수라든가 어느 분야에서 유명하다든가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인터넷은 이런 인간들을 쉽게 걸러 줄 수 있는 장치가 많이 있다. 정말로 훌륭한 생각, 아름다운 신념, 통쾌한 직관, 섬세한 솔루션을 가진 사람들을 향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나자신의 교양에 비례하는 능력이기도 하다.

영어는 분명히 영국인의 유산일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영어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언어에 의한 문화적 영향이 있기는 하겠지만 영어는 인류 문화의 바다에 다다르게 하는 가장 싼 도구이다. 그리고 영어를 통해 세계를 보는 것은 오염된 우물 안에서 자신을 중독시키지 않게 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유효하고, 싸고, 즐거운 방법이 아닐까-라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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